<블루 자이언트와 음악의 신>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자이언트’는 참으로 인상 깊은 영화였다. 주인공 다이가 피아니스트 유키노리와 드러머 슌지와 함께 트리오를 결성해 공연을 준비한다는 내용의 본 작품 속에서, 다이와 유키노리는 마치 전혀 다른 성질의 인물인 것만 같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시기와 환경도, 음악에 대한 관점도 달랐으며 성격마저 달랐기 때문에 멤버 영입이나 공연 준비에 있어서도 계속해서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지 출처 : 블루자이언트 공식 포스터, PLEDIS 엔터테인먼트
이런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각자의 성장을 통해 해결되는 것 같지만 결국 그들은 음악을 향한 “뜨겁고 강렬한” 열정 속에서, 그리고 재즈 연주 속에서 비로소 하나의 팀이 되는 데 성공했다. 음악이 있었기에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순간은 세븐틴의 음악을 떠올리게 했다. 5백만 장이라는 경이로운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고, 대부분의 음원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그 열풍을 이어 나가고 있는 ‘음악의 신’ 말이다.
확실히 ‘음악의 신’은 이 엄청난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 노래다. ‘음악의 신’의 메인 장르인 펑키 하우스는 이름 그대로 하우스 리듬을 기반으로 브라스와 기타, 베이스와 같은 악기들이 펑키함을 잔뜩 더해주는 장르다. 2000년 전후로 전성기를 맞이하고 그 인기가 사그라들었지만, 최근 들어 Disclosure를 비롯해 Romy, Troye Sivan 같은 해외 아티스트들이 다시 그 감성이 담긴 곡들을 발매하기 시작하면서 부활하기 시작한 장르이기도 하다. 작년 UK Single 차트에서 8주간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LF System의 ‘Afraid to Feel’ 또한 펑키 하우스였고 말이다. ​​​​​​​
세븐틴은 이 음악적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면서도 본인만의 재해석까지 성공적으로 더해냈다. 브라스와 베이스를 바탕으로 펑키한 감성은 한껏 살렸지만, 자칫 과할 수도 있는 하우스 요소는 최소화해 팝적인 영역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으로 완성시켰다. 음악의 빌드업은 정석적이면서도 악기들이 적절하게 치고 빠져주어 사운드가 물리지도 않았고, “쿵치팍치" 파트에서 보컬에 맞춰 유니즌 하는 악기들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조화롭다. 그렇지만 ‘블루 자이언트’에서 ‘음악의 신’을 떠올리게 된 데에는 이런 음악적 요소들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세븐틴이 지금껏 어떤 메시지를 담아 왔는지, 이번 곡에서 그것을 어떻게 구체화했는지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세븐틴의 긍정 에너지> ​​​​​​​
세븐틴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긍정’일 것이다. 데뷔곡 ‘아낀다’를 떠올려 보자. 펑키한 사운드와 의상으로 무장한 그들은 거창한 세계관이나 서사를 얘기하기보다는 무대마다 새로운 안무를 선보이는 데 집중하며 팬들에게 “요즘 말야, 아낀다”라고 외쳤다. 그 후로도 ‘울고 싶지 않아’와 ‘독 : FEAR’를 제외한 세븐틴의 타이틀 곡에서는 늘 긍정적인 바이브를 실어 왔다.

“너 예쁘다”라고 수줍게 마음을 전하거나 “내일은 잘 나갈거야”라고 우리를 위로하는 등 말이다. 유닛인 부석순에서도 그들은 여전했다. 유닛 활동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일종의 관례처럼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석순은 오히려 기존의 밝고 활기찬 모습을 더욱 강조하고자 했다. 행복, 에너지, 사랑, 청춘 등…  긍정과 가까운 키워드들은 모두 세븐틴의 음악 속에서 가장 화려하게 꽃 피운 것만 같았다.
당연하겠지만 이 ‘긍정’ 키워드는 오직 세븐틴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케이팝의 대표적인 ‘비글돌’ 중 하나인 세븐틴은 각종 예능과 자체 컨텐츠에서도 뛰어난 예능감으로 팬들을 늘 웃기게 해주었고, 유독 돈독한 멤버 사이는 세븐틴을 팀워크 하면 떠오르는 대표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러한 에너지와 케미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 역시 세븐틴이었이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발표된 대부분의 곡에는 멤버 우지가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외부의 목소리에 끌려다니기보다는 데뷔 초부터 그들이 함께 보고 들으며 느낀 것, 그리고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우지를 통해 보다 여과 없이 곡에 녹여낼 수 있었다. ​​​​​​​
<세븐틴의 행복을 위한 여정>
4월 24일 발매된 [FML] 앨범에서는 그 ‘긍정’ 중에서도 ‘행복’의 감정을 조금 더 확장해 낸다. 더블 타이틀 ‘F*ck My Life’에서는 기존 세븐틴의 타이틀에선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느린 BPM과 어두운 분위기에서 “이런 빌어먹을 세상”이라고 읊조렸지만, 동시에 “지금부터 Fight For My Life”라고 선포하며 ‘손오공’에서는 그 어떤 타이틀보다 격렬한 사운드를 선보였다. 저지클럽과 드릴, 아프로비츠 등 유행하는 장르들을 훌륭하게 조합해 메가 크루 퍼포먼스와 잘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어 냈고, “땅을 보고 계속 올랐지 정상까지”, “힘을 다하고 쓰러져도 포기를 모르고 날뛰는 중”과 같은 가사는 ‘F*ck My Life’ 속 화자가 결국 행복한 결말에 도달했음을 내포하는 듯하다. 이렇게 그들은 행복의 서사를 곡이 아닌 앨범 단위의 흐름으로 넓힘과 동시에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미지 출처 : PLEDIS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다시 ‘음악의 신’으로 돌아가 보자. ‘음악의 신’은 그 어떤 곡들보다도 가장 직설적으로 ‘행복’을 구체화하여 얘기한 곡일 것이다. “세상에 음악의 신이 있다면”, “개미의 발소리 마저도 Harmony” 같이 세븐틴만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재치 있는 가사들과, ‘음악이 없어진 세상’이라는 설정 속 다양한 로케이션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마이크와 악기를 비롯한 음악과 관련된 상징물들이 애니메이션처럼 두둥실 떠오르기도 하는 뮤직비디오의 장면들을 볼 때 그들이 느끼고 전달하고자 하는 행복은 명확하다. 앨범소개 글의 문장을 빌리자면 그들은 “언어가 다르고 서로 모르는 사이여도 음악 안에서는 장벽 없이 행복의 절정을 맛볼 수 있었고”, 그 행복을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전작 [FML]에서 수록곡 ‘I Don’t Understand But I Luv U’에서 맛보기처럼 다뤘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이를 더욱 구체화해 타이틀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음악 역시도 마찬가지다. 각종 트렌디한 장르들로 무장했던 ‘손오공’과는 다르게 펑키 계열의 장르를 택한 ‘음악의 신’은 데뷔 초의 ‘아낀다’, ‘만세’와 같은 곡을 떠오르게 하는데, 이는 마치 지금 말하고자 하는 “행복”은 처음부터 시작됐던 것임을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길은 궁극적으로 ‘행복’을 향한 여정이었다!”라는 앨범의 소개 글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닌 정말로 그들의 지난 8년을 요약해 주는 설득력 있는 문장이 된다. 세븐틴이 이룩한, 세븐틴만이 줄 수 있는 행복의 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 낸 게 아니란 뜻이다.
<음악으로 정말로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아픔으로 가득 찬 시대이다. 세계 곳곳에서는 다시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서로는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각 계층으로 구분 짓고 갈등을 빚는다. 이러한 현실이기에 세븐틴이 전하려 하는 메시지는 더더욱 감동적이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하나 되고 행복을 느낀다”라니, 자칫 유치할 수도 있는 메시지이지만 이것은 그들이 정말로 지난 8년간 무던히 달려오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도달한 결론이고, 그렇기에 우리에게도 그 진심이 전해질 수 있었다. 이것이 ‘블루 자이언트’를 보고 ‘음악의 신’을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한 다이가 전혀 다른 성격의 유키노리를 변하게 했듯이, 세븐틴의 음악에 대한 열정 역시도 갈등과 아픔으로 가득 찬 이 세계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음악으로 함께 아픔을 치유하고 전 세계가 함께 통합되는 미래는 반드시 올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그 시작에는 세븐틴이 있을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이며 “세븐틴의 천국”일 것이다.
이미지 출처 : SEVENTEEN 공식 SNS
 글 | 이승훈   에디터 | 민유빈 박유빈
발행 | 스브스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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