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케이팝 시장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걸그룹들의 활약이었다. 2023년 상반기 동안 멜론의 일간 차트 1위는 모두 걸그룹이 차지했으며 (NewJeans, IVE, aespa, (여자)아이들), 음악방송 7관왕 이상 달성곡 6곡 중 4곡이 걸그룹의 곡 (NewJeans, IVE, 지수(BLACKPINK), (여자)아이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H1-KEY, FIFTY FIFTY 등 신인 그룹의 곡들이 SNS를 통해 입소문 타며 차트 역주행 신화를 쓰는가 하면, 지수, 이채연, 전소미, 화사 등 걸그룹 출신 솔로 아티스트들도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냈던 한 해였다.
이들의 성공 요인이라고 한다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리스닝의 음악을 내걸고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과 Y2K, 하이틴, ‘나르시시즘’과 같이 공감대 높은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전략을 펼쳤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포인트들은 Z세대를 넘어 X세대까지 사로잡으며 K-POP의 판도를 바꾸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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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연말결산 1) 전 세계를 사로잡은 4세대 아이콘
미국 포브스 선정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 미국 타임즈 선정 ‘2023 차세대 리더’, 미국 골드 하우스 선정 ‘2023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시아인 100인’. 모두 NewJeans가 올 한 해에 얻은 수식어다. 이 뿐인가, NewJeans는 데뷔 1년 만에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 후보 지명, 케이팝 아티스트 최다 노미네이트, 스포티파이 누적 스트리밍 횟수 30억, ‘일본 레코드 대상’ 2관왕 등 끝없는 최초, 최다, 최고의 연속을 이루어내며 ‘NewJeans 신드롬’을 일으켰다. 멤버들의 청순한 이미지와 레트로, 힙합이 적절히 어우러지며 구축된 팀의 정체성이 고유명사가 되어 세계를 뒤흔든 것이다.
LE SSERAFIM 역시 최초와 최다 수식어들을 휩쓸었다. 그중 눈 여겨볼 만한 성과는 다름 아닌 일본 데뷔라 볼 수 있다. 올해 1월 일본에서 정식 데뷔한 LE SSERAFIM은 데뷔 싱글 ‘FEARLESS’로 오리콘 일간, 주간, 주간 합산 싱글 랭킹, 1월 월간 차트까지 총 4개 부문에서 1위를 달성하는가 하면, 2월 기준 앨범 출하량 50만 장을 넘기며 일본 레코드 협회로부터 ‘더블 플래티넘’ 인증을 획득했다. 이렇게 K-POP 그룹이 일본 데뷔 싱글로 더블 플래티넘을 받은 것은 LE SSERAFIM이 처음이다. ​​​​​​​
마지막 4세대 대표로 IVE를 꼽았다. IVE는 2023년 제37회 골든디스크어워즈에서 신인상과 디지털 음원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골든디스크어워즈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하게 신인상과 대상을 수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IVE는 걸그룹 역사상 최초로 한 해에 3곡이 PAK(Perfect All Kill)를 달성했으며, 2023년 유튜브 국내 인기 동영상 및 크리에이터 연말 결산에서는 ‘I AM’ MV가 1위, ‘Kitsch’가 4위를 차지했다. 음반 부문에서는 지난 10월 발매한 [I’VE MINE]이 초동 160만 장을 달성하며 역대 걸그룹 음반 초동 3위에 오르는 신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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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연말결산 2) 누가 뭐라든 신경 안 쓰는 상여자 ​​​​​​​
한편, 2023년은 ‘나’를 사랑하는 이들의 독보적인 행보가 이어졌던 한 해이기도 했다. 먼저 ‘내가 사랑하는 나’ 스토리텔링의 아이콘 (여자)아이들이다. 작년, 정규 1집의 ‘Tomboy’와 미니 5집의 ‘Nxde’를 연이어 히트시킨 그들은 미니 6집 [I Feel]의 ‘퀸카’로 입지 굳히기에 성공했다. ‘퀸카’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는 퀸카가 되겠다는 유쾌한 자아도취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당시 대세였던 하이틴 컨셉을 멤버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내면서 대중의 호응을 끌어내었고, 이는 멜론 탑 100 1,000시간 1위, MV 조회수 자체 최단시간 2억 달성 등으로 이어지며 국내외 음악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룩하는 데에 성공했다.
#자신감 #당돌 #MZ 키워드에 빠질 수 없는 팀, ITZY 역시 그들만의 길을 걷는 데에 성공했다. 올해에 발매했던 ‘CAKE’에서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담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메시지 측면에서는 그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식은 죽 먹기 (A piece of cake)’ 속담이 떠오르는 가사에서는 ‘나는 내 삶의 주인공으로서 앞을 가로막는 일들을 가볍게 해치우겠다’는 의미를 담으며 듣는 이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었다. 또,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힙한 컨셉으로 대중을 사로잡으며 MZ세대 아이콘의 수식어를 지켜나갔다.
‘상여자’ 수식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틴 프레시의 정석 STACY도 늘 당돌하게 ‘나’ 지키기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올해, 나의 자존감 지킴이였던 ‘Teddy bear’와 잔소리 같은 남의 말은 거품처럼 터트리고 나다운 동그라미로 살자는 ‘Bubble’에서 그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또, 앨범 [Teen Fresh]의 수록곡 ‘Not like you’에서도 눈치 보지 말고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STACY만의 말랑함 속 단단함을 발견할 수 있었던 2023년의 행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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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연말결산 3) 서사에 살고 서사에 죽는 세계관 마스터
레드/벨벳/레드벨벳의 세 가지 컨셉을 번갈아가며 선보이는 레드벨벳이 정규 3집 [Chill Kill]에서도 압도적으로 몽환적이고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발매 전 티저 이미지부터 동양풍의 서늘한 무드를 보여주며 이목을 집중시켰고, 다섯 자매가 된 멤버들이 시련을 이겨내고 두려움을 극복하며 성장한다는 새로운 캐릭터 설정으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후 공개된 시네마틱 드라마 형식의 MV에서는 더 많은 서사적 메타포들을 연출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재미를 더해주었다. 마지막으로 트랙리스트 전반에도 레드벨벳표 ‘밝은 비극’과 ‘서늘함’이 깔려있어 비주얼-음악-스토리 모두를 감상할 때 비로소 이 앨범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4세대 세계관 강자 하면 단연 aespa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데뷔 초부터 AI와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세계관으로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는 aespa는 2023년에도 고유한 스토리를 확장시키며 활동을 이어나갔다. 미니 3집 [My World]에서는 광야에서 Real world로 돌아온 멤버들의 이야기에 하이틴 컨셉을 더해 대중성을 높였으며, 미니 4집 [Drama]에서는 진한 SMP 감성의 음악과 데뷔 초 앨범 스토리와 연결되는 떡밥을 연출시켜 세계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With MY WORLD in the back 나로 시작되는 Drama."와 "Into the REAL WORLD" 라는 가사, 화면을 깨는 듯한 연출이 블랙맘바가 던진 환각 퀘스트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등의 해석이 난무한 것이다. 게다가 올해 냈던 두 앨범 모두 SMCU 세계관의 시즌 2를 여는 앨범이라고 하니, 앞으로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더욱 궁금해진다. ​​​​​​​
2023년의 또 다른 세계관 마스터는 NMIXX다. 이들 역시 데뷔부터 모험, 환상, 유토피아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고유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올해에도 이어졌는데, 미니 1집 [experago]에서는 ‘생각의 틀을 깨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며 공존하자’는 메시지를 전했고, 이어진 싱글 3집 [A Midsummer NMIXX’s Dream]에서는 ‘모두가 인정받는 별난 존재들의 비밀스러운 파티’라는 스토리텔링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러한 독보적인 세계관과 스토리가 통했던 것일까, 지난 싱글 3집은 초동 100만 장을 넘기며 데뷔 1년 반 만에 역대 걸그룹 음반 초동 탑 10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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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의 전성기, 2023년
2023년은 4세대 아티스트들의 매서운 성장이 새삼스레 느껴지던 해였다. 이와 같은 신인 그룹들의 입김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거세진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간 BTS와 BLACKPINK를 이어 여러 K-POP 아티스트들이 빌보드에 차트인 했지만, 대부분 수년간 쌓은 팬덤의 영향력이 뒷받침된 것이었음을 고려해본다면 특히나 역사적인 행보였다고 볼 수 있다. 또, 아이돌 팬덤만 향유하는 서브 문화가 아닌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중 문화로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던 한 해였다. 이렇게 문화를 선도하는 아티스트들의 맹활약이 돋보였던 2023, 찬란했던 한 해를 돌아보며 더 높이 비상할 2024를 기대해본다.

글 | 강유리   에디터 | 민유빈 박유빈
발행 | 스브스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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