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화 예술의 시발점 - 전설과 신화 그리고 민담
현 인류가 이룩한 문화와 문명의 근간을 파고 들어가보면 대게 전설과 신화로부터 그 시작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설화들은 현시대까지 다양한 예술 작품들에 영감을 주곤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아서 왕 전설' 등의 사례처럼 이 신화들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민담 설화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지역과는 상관없이 여러 문화 작품들에 영향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전설과 신화는 계속해서 시대에 맞게 각색되며 현대 사회에서도 꾸준히 재소비되고 교훈을 준다.
그리고 2024년 현재, 전세계에 전무후무한 문화적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케이팝 씬에서도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항상 전설로서 거론되는 그룹이 있다. 자신들의 그룹명처럼 동방의 전설이 되어 스스로 케이팝 설화를 일으킨 동방신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선보인 음악, 비주얼, 퍼포먼스 등 그룹 내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일본을 비롯하여 다양한 해외 지역을 본격적으로 현지화하여 공략한 그룹 외적인 부분까지, 지난 20년동안 활동해 온 모든 케이팝 그룹들은 동방신기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동방신기는 이번 20주년 기념 앨범 [20&2]를 통해 자신들이 걸어왔던 20년 간의 역사를 되짚어보았다. 이들이 자신들의 찬란했던 순간들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셀프 오마주하였는지 살펴보자.
떠오르는 태양과 스스로의 단련을 위한 실험장
가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타이틀곡 'Rebel'의 MV에서 활용된 다양한 오브제들이다. 이번 MV에서는 장면 곳곳에 동방신기 멤버들을 삼킬듯한 강렬한 태양의 모습이 뒷 배경으로 떠오르는데 이런 장면들은 이들의 과거 히트곡 중 하나인 'Rising Sun'이 연상된다. 특히나 'Rising Sun'은 데뷔 이후 이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음악과 메세지를 대중들에게 가장 처음으로 확실한 각인시킨 노래이며, 현재까지도 동방신기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였을 때, 자신들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으로 대표되는 장면을 삽입하면서도 마치 떠오르는 태양처럼 아직도 스스로의 전설을 써내려가고자 하는 이들의 불굴의 메세지를 엿볼 수 있다.
또 'Rebel'의 MV 시작 부분에 나오는 DNA 모양의 CG나 인체실험장 등의 배경을 통해서는 이들의 6집 앨범 및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곡인 ’Catch Me’와 ‘Humanoids’에서의 메세지 및 비주얼을 오마주하였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해당 앨범들의 활동에서는 SF적인 요소를 적극 차용하였는데 이를 통해 지나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부작용을 경고하는 메세지를 보낸다. 이런 오마주를 통해서는 특히나 데뷔 초부터 이어온 현세태에 대한 비판 정신을 재현하고자 하는 모습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해당 장면들은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남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Rebel'이라는 제목처럼 기존의 것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즉 동방신기의 앞으로의 모습들에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일종의 선언으로도 볼 수 있겠다.
강렬함 그 자체로의 회귀 그리고 시대와의 화해
그렇다면 음악적인 부분은 어떠할까. 2014년에 발매된 'Something' 이후로 10년 간, 동방신기는 그전까지 선보인 강렬한 일렉트로닉 장르의 음악들과는 다르게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왔다.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Why'나 'Catch Me' 등의 곡을 통해 뚜렷하게 확실한 임팩트를 주는 일렉트로닉 장르를 통해 퍼포먼스를 강조한 노래들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그 후에 발매된 곡들인 'Something'과 '평행선' 등의 곡에서는 스윙재즈 장르를 시도하였고, '수리수리'나 'Truth' 등의 곡에서는 R&B를 기반의 곡을 시도하여 장르적인 범위를 넓히는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다시금 전통의 동방신기로 돌아왔다. 이는 SMP, 즉 SM Performance라는 SM엔터테인먼트가 과거로부터 전통적으로 선보여왔던 특유의 강렬하면서도 여러 음악 장르들을 자연스럽게 섞은 듯한 음악 작법과 일치한다. 'Rebel'의 프리코러스에서 최강창민의 터질듯한 샤우팅 이후 코러스에서 바로 모든 트랙을 음소거하며 이어지는 유노윤호의 낮게 읊조리는 랩 파트는 SMP가 추구하는 여러 장르 음악의 융합과도 맞닿아 있다. 또한 브릿지로 넘어가는 부분에서도 마치 다른 노래를 이어붙인 듯 여러 무드를 한 곡에 넣어두어 다양한 재미를 짧은 시간 안에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즉 이들은, 다시금 우리가 열광했던 강력한 동방신기의 과거 모습을 소환하여 이들의 영광의 시절을 추억하게 만든다.
하지만 비단 강렬한 음악만이 이들을 전부 대표하지 않듯, 앨범 전체로서의 구성도 SMP 특유의 강렬한 쇠 냄새가 전부를 차지하지는 않는다. 특히나 이번 앨범의 수록곡 'The Way U Are (Unplugged Ver.)'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가시적으로 본인들의 과거를 오마주한 곡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곡을 통해서 스스로의 영광을 되짚어 보면서도 어쿠스틱한 편곡을 통해 이지리스닝이라는 현 시대에도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걸어온 길만이 옳다고 억지 주장하지 않고 시대를 수용할 줄도 아는 태도를 통해 자신들이 써온 전설을 계속해서 시대에 맞게 적용하고자 한다.
전설 위에 전설을
이처럼 동방신기는 이번 앨범 [20&2]를 통해 지난 20년간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스스로를, 더 나아가 케이팝 그 자체의 신화를 다시금 우리에게 상기해주었다. 해당 앨범은 동방신기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쓰이고 있는 케이팝의 역사도 되짚어보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동방신기라는 전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쓰이고 있으며, 이들이 써내려갈 앞으로의 전설 또한 계속해서 기대하게 만든다. 케이팝 그 자체를 대표하는 동방신기의 지난 2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케이팝의 미래 또한 계속해서 예측해보도록 하자.
글 | 권혁민   에디터 | 민유빈 박유빈 장민영
발행 | 스브스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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