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철석’이란 철광석 중의 하나로, 거대한 자석이라고도 불리는 지구상에서 그 어떤 물질보다 가장 자성이 강한 물질이다. 자성을 띤 물체는 서로 자신의 영역으로 밀고 당기는 힘이 존재한다. 그것을 깨달은 철학자 탈레스는 기원전에 나침반을 발명해냈으며, 똑똑한 새들은 부리의 자철석으로 자기장을 탐지해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인류사는 사실상 아직도 철기 시대’라고 할 만큼 인류에게 필수적인 철을 생산하는 데에도 주로 이용된다.
생소하지만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활용되고 있었던 ‘자성’이라는 개념과 ‘자철석’이라는 돌덩이로 세계관의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려는 아티스트가 있다. 엔믹스의 미니 앨범 [Fe3O4: BREAK] 이야기다.

<‘New Frontier’ 정신으로 ‘Docking Station’을 끌어안기까지>

엔믹스는 [AD MARE]와 [ENTWURF]를 통해 세계관의 첫 번째 시리즈 ‘New Frontier’의 서막을 열었다. 새로운 세계를 자각한 뒤 두 눈(O.O)을 크게 뜨고 전진(占) 했으며, 주사위(DICE)가 던져진 게임 안에서 운명을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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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정신을 배운 엔믹스는 두 번째 시리즈 ‘Docking Station’을 맞이하고, 인간의 만남과 결속에 대해 경험하게 된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끌어안으며 결국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었고 (Love Me Like This), NSWER와의 결속을 이뤄내 자축의 시간(Party O’Clock)을 갖기도 했다.
세계관이 다음 챕터로 넘어가면서 음악 또한 그 스토리를 반영했다. ‘새로운 세계의 자각’이라는 스토리에 맞게 ‘O.O’는 엔믹스의 음악 중 가장 실험적이었으며 믹스팝의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에 비해 최근 작품인 ‘Party O’Clock’에서는 장르의 혼용보다는 여름밤의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는 시원한 사운드와 명랑한 떼창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신나는 파티를 만끽하는 것도 잠시, 엔믹스는 적대자와의 만남으로 모험에 차질이 생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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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you bastards, I'm still here’: 새로운 세계관의 시작>

미니앨범 [Fe3O4: BREAK]의 새로운 시리즈 ‘Fe3O4’에서는 적대자에 의해 배가 불에 타버려 모험에 차질이 생기고, 현실 세계인 FIELD에 머무르게 된 멤버들은 이를 부수고(BREAK) 나아갈 궁리를 하게 된다. 다시 한번 모험에 나서기 위해(DASH) 나침반의 재료로 활용되는 자철석의 화학식(Fe3O4)을 자신들의 새로운 시작의 열쇠로 택하며 여정의 방향을 재설정한다.

트레일러 [Fe3O4: Declaration]과 타이틀곡 ‘DASH’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새로운 시리즈 ‘Fe3O4’의 스토리를 더욱 직설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관 스토리에서도, 음악적으로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엔믹스가 편견과 차별, 혐오의 감옥에 갇히게 되자, 멤버들은 갖은 노력으로 끝내 그 벽을 부수고 탈옥하며 도시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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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차가운 도시에서도 엔믹스의 위기는 이어진다. 신호등의 빨간 불로 경고를 반복하지만 (‘깜빡여 red light in the dark 이건 멈추란 경고일지 몰라’) 멤버들은 세상이 원하는 길을 무시하고 정반대로 달리며 가본 적 없는 길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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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옥의 과정과 ‘Hey you bastards, I'm still here’의 문구가 반복되는 뮤직비디오, 죄수복을 연상시키는 스트라이프 의상, ‘WANTED POSTER’라는 이름의 티저 이미지 등 다양한 요소가 영화 ‘파피용’을 연상시킨다. 계속되는 탈출 실패에도 바다를 보며 자유를 꿈꾸고, 결국 그 집념으로 자유를 되찾았던 파피용처럼 적대자의 어떠한 방해도 ‘믹스토피아’를 꿈꾸는 엔믹스의 뜻은 굽힐 수 없었다. ​​​​​​​​​​​​​​
<믹스팝은 단순한 장르 이름이 아니다>

음악에서도 뮤직비디오와 맞물려 세계관의 스토리 전개를 드러낸다. ‘믹스팝’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의 장르를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관념을 부수며 앞으로 돌진하겠다는 앨범의 방향성과 세계관 스토리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선공개 싱글이었던 ‘Soñar (Breaker)’와 타이틀곡 ‘DASH’에서 모두 ‘Change up!’의 캐치프레이즈가 다시 등장하며 믹스팝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특히 ‘DASH’는 올드스쿨과 팝펑크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음악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부수는 과감함을 표현하고, 변주가 끝난 후 자연스럽게 기존의 음악으로 돌아오며 조화를 이루는 작법은 다양한 장르를 하나로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가본 적 없는 길을 밟아’. ‘앞을 막는 건 모조리 다 bump’, ‘이 항해의 키를 잡아’ 등 가사의 특정한 파트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앨범의 전반이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특히 수록곡 ‘Break The Wall’은 새로운 시리즈의 키워드와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까지 담아, 앨범의 아웃트로라는 개념을 넘어 세계관 내에서도 중요하게 기능하고 있다.

<그래서 엔믹스는 결국 어딜 향해 가는가>
엔믹스는 더 많은, 더 다양한 것을 끌어안을 수 있는 담대함을 꾸준히 내세우고 있다. 멤버들은 치열한 고민 끝에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선 눈앞의 벽을 부숴야 한다(BREAK)는 것을 깨닫고, 더 많은 사람들의 힘과 결속을 위해 자철석(Fe3O4)의 강한 자성으로 ‘모두’를 끌어당기기로 결심했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 짓는 벽들을 허물어 더 많은 사람을 차별 없이 포용하는 유연한 세계, “다양성의 유토피아”로 모두를 데려가고자 하는 것이다.
자철석이 지구의 생명체들에게 방향을 감지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처럼, 엔믹스는 이상적이면서도 유의미한 세계에 도달하기 위해 [Fe3O4: BREAK]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그들이 끝내 ‘DASH’하고, 도착하기를 바란다.
글 | 윤세윤   에디터 | 민유빈 박유빈
발행 | 스브스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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