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존재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원초아(Id)만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는 태초의 본능으로 인간 본연의 욕구를 작동시키는 심리다. 이후 아기가 1~3세가 되면 비로소 원초아를 통제할 자아(Ego)가 형성된다. 자아는 인간이 공동체 속에서 살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즉 현실의 눈치를 보며 충동적으로 행동하던 개인과 타협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나아가 부모로부터 꾸중을 듣는 시기가 되면 도덕의 목소리를 내는 초자아(Super Ego)가 형성되는데, 이러한 도덕 교육과 사회 관념(사회가 옳다고 여기는 것)을 통해 형성된 초자아는 자아가 원초아의 욕구나 충동을 통제하지 못 할 경우 이들을 비판하여 행동을 사회규범의 범위로 이끄는 일을 한다. 쉽게 말해 무의식의 본능과 욕구인 ‘원초아’와 욕망에 도덕적 목소리를 내어 통제하는 ‘초자아’,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는 ‘자아’가 서로 상호작용하며 인간의 심리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초반부터 이런 복잡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텐이 이번 앨범으로 ‘나’를 보여주겠다고 한 데서 시작되었다. Performance Film과 ‘Nightwalker’ MV를 볼 때, 흑백 대비의 의상이나 자정을 기점으로 악한 존재로 각성하는 듯한 연출에서 내면의 선과 악의 대립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선악 대립의 단골 연출은 ‘악’에서 벗어나려는 주인공이 아닌가. 영상 속에서 텐은 어떤 장면에서도 ‘악’으로 일컬어지는 존재를 거부하거나 벗어나려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앨범 소개글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존재에게 이끌리는 모습’을 담았다고 했다. 유혹하는 이와 매혹 당하는 이, 모두가 ‘나’이기에 거부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모두 ‘텐’의 이야기다. 

텐이 ‘텐’을 부르다
이야기는 Performance Film에서부터 시작된다. 흰 셔츠의 텐이 공중전화 박스에 들어가 자기 자신에게 전화를 건다 (수신 번호가 본인 생일이다.). 통화 연결음 후 검은 옷의 텐이 등장하고 그를 확인한 흰 셔츠의 텐은 수록곡 ‘Water’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여기서 주목할 첫 번째 요소는 ‘water’인데, 텐에게 물은 자기 자신이자 본연의 모습을 지켜주는 원천이다. 텐은 자신을 ‘물’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한 바 있으며, 2022년 NCT LAB으로 공개된 텐의 싱글 ‘Birthday’ MV에서 텐은 심연으로 가자는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물속에 빠졌고, 수조에 담긴 그의 모습은 마치 양수 속 태아와 같았다. 즉, 텐에게 물은 가장 원초적인 자신의 모습이 유지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다시 이번 수록곡 ‘Water’을 보자. ‘Stay my water’과 같은 가사가 반복된다. 앞선 물의 의미를 미루어 볼 때 본연의 모습을 지키고 싶다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 또 다른 수록곡 ‘Dangerous’로 이어지는데, 이 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곳은 ‘This way to water’로 표시된 곳으로 물을 주는 곳, 즉 텐의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 볼 수 있다. 그럼 물이 담겨있는 곳인 수영장에서 ‘Dangerous’를 추고 있는 검은 옷의 텐은 누구인가. 도입에서 본연의 모습, 본능, 태초의 심리는 원초아로부터 발생한다고 했다. 텐의 원초아가 자신을 부른 자아를 매혹시키는 것이다. ‘Dangerous’에서 원초아는 자아에게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 마’, ‘우린 더 잘할 수 있어’라는 식의 유혹과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욕망과 충동에 따라 움직이는 원초아를 현실에 맞게 억제해야 하는 자아의 입장에서 원초아를 따르는 것은 위험 (Dangerous)이 아닐 수 없다. 

본능이 이끄는 대로 
이 설정을 기반으로 MV 속 연구원 텐은 욕구와 충동을 억누르고 있는 ‘원초아’로, 실종된 연구원은 ‘자아’, 감시자를 ‘초자아’로 두고 영상을 보자. 초반에 보이는 책상에는 ‘연구원 실종 사건’이 실린 신문과 나란히 줄 지어 배치된 실험도구, 우측 하단에 열을 맞춰 놓여지고 있는 열매가 보인다. 도입에서 자아가 원초아를 통제하지 못 할 경우 더 강력한 잣대의 초자아가 통제한다고 했다. 이때 초자아가 강하게 발현되는 사람의 경우 강박 증세를 보이는데, 이 사실을 기반으로 책상을 보면, 강박적으로 오와 열을 맞춰 나열되는 열매들과 실험도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실종된 자아 대신 초자아의 강한 통제를 받고 있는 원초아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 자정이 되었을 때, 다른 연구원과의 부딪힘으로 원초아는 충격을 받게 되는데, 이는본능을 억누르고 있던 원초아의 각성을 촉발시키는 사건이 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자정이라는 시간이다. 자정은 통상 새벽의 시작이며, 새벽은 꿈을 꾸는 시간이다. 스토리 상 무의식의 영역인 원초아의 시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정과 충격, 또 그를 감시하던 security ‘초자아’의 잠듦으로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본능을 느끼는 텐. 원초아를 막을 이는 없다. 
각성한 텐(원초아)과 눈이 마주친 연구원(자아)들은 그에게 매혹되어 조종당하는데, 이 모습은 마치 메두사와 같다. 메두사를 암시하는 듯한 연출은 이 뿐만이 아니다. 텐을 연행해가는 security (초자아)들 역시 자정이 되자 텐의 미소에 이끌리게 된다. 이때 댄서들과 선보이는 짧은 댄스 브레이크 장면을 보면 텐의 얼굴 주위로 10개의 손이 모여 피어나는 텃팅 동작이 마치 메두사의 머리를 형상화하는 듯하다. 이때 텐의 몸을 감싼 컷 아웃 의상 또한 뱀의 비늘이 연상된다는 점, 앞서 언급한 수록곡 ‘Dangerous’ 중 ‘You been stuck like Medusa messing up (넌 메두사의 눈을 본 것처럼 꼼짝 못 하고 있어)’이라는 가사, MV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눈썹이 없는 분장을 한 텐의 얼굴 모두 뱀, 메두사를 뜻하는 듯하다. 또 뱀은 일반적으로 유혹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쓰인다는 점에서 태초의 심리, 본능대로 움직이고자 하는 원초아의 유혹을 메두사로 묘사했다고 볼 수 있다. 

Nightwalker의 성장 예고
텐은 늘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2021년의 ‘Paint me naked’에서는 ‘Don’t care ‘bout what people say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쓰지 마)’, ‘all I really want is your attention (내가 바라는 건 너의 관심이야)’. 2022년의 ‘Birthday’에서는 ‘Wrap me up with your devotion (나만을 바라봐 줘)’, ‘do all you want for tonight (오늘 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와 같이 계속 해서 스스로에 대한 관심과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이전의 행보와 이어진 이번 앨범의 연출을 고려할 때, 초자아의 각성과 유혹은 ‘나’다움을 찾고 표현하고 싶은 내면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때문에 텐의 메두사, ‘Beautiful Monster’는 위험하지만 악한 것은 아니다. 심연의 본능을 표출하려는 원초아의 심리 역시 텐 자신이기에 거부할 수 없는, 동시에 벗어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내면 깊은 곳의 자아와의 교감은 가장 솔직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뱀은 성장을 위한 탈피를 겪는 동물이다. 탈피하는 뱀의 경우 눈이 탁하게 흐려지는 특징이 있다. 텐의 세 번째 티저 이미지를 보라. 왼쪽 눈이 탁해진 상태로 연출되었다. 더 큰 성장을 위한 탈피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 이번 앨범으로 초자아(Id)의 탄생을 알리고 앞으로 이어질 행보가 인간 발달단계의 타임라인을 따르는 것이라면, 이 다음은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인지하여 자아(Ego)를 형성하게 되는 단계(라캉의 거울단계 참고)이다. 동시에 메두사는 청동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죽음을 맞이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독립적인 정체성을 확립한 인격으로 성장하게 되는 원동력으로 본다. 앨범의 모든 요소들이 텐의 성장과 변화를 향한 모험을 예고하고 있다. 모두의 시선이 거둬진 밤, 은밀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Nightwalker’에서 더 대담히 이상(理想)을 펼치는 영웅이 될 수 있을까?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글 | 강유리   에디터 | 민유빈 박유빈 장민영
발행 | 스브스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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