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요”
최근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도 잘 알려진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전국 대회에 출전한 주인공 강백호는, 전국 최강 산왕고교와 경기를 하던 중 선수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게 된다. 그는 승리를 위해 절실하게 시합에 다시 나서고 싶었지만, 더 이상 농구를 못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감독은 그를 투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걱정과 우려에도 그는 결심을 바꾸지 않았고, 오히려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각오를 비추며 말한다.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요? 국가대표 때였나요? 난…지금입니다!”
그리고 여기, 지금이 자신의 영광의 시대라고 자신 있게 외치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바로 첫 솔로 앨범 [GOLDEN]을 발매한 BTS의 황금 막내 정국이다. 그의 단호한 결의를 이해하기는 전혀 어렵지 않다. BTS는 싱글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까지 모두 빌보드 HOT100 차트 1위를 석권하며 전 세계에 긍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로벌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정국은 싱글 ‘Seven’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솔로 활동으로도 빌보드 정상에 오르는 저력을 보이더니, 싱글 ‘3D’로 연달아 히트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팝스타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근거 있는 자신감에서 오는 당당함은 ‘황금빛 순간(Golden Time)’이라는 그의 슬로건을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만든다.
정국은 솔로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BTS의 정국으로서 컴백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시장에 데뷔한 솔로 가수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한다. 그룹의 영향력과 K-POP이라는 카테고리에 최대한 국한되지 않고 순수한 ‘팝 아티스트’로서 미국 시장에서 맨몸으로 뛰어들고자 한 것이다. 때문에 그는 글로벌 팝스타로서 정체성을 굳히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시도해 왔고, 뉴욕 타임스퀘어 단독 게릴라 콘서트라는 거대한 스케일이 증명하듯 찬란한 황금빛 순간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과연 정국을 글로벌 팝스타로 만들어 준 전략은 무엇일까?
<소년이 어른이 되어>
정국의 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살펴봐야 하는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캐나다 출신의 팝스타 저스틴 비버다. 12살 때 지역 오디션에서 노래를 부른 영상이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빠르게 데뷔하게 된 그는, 싱글 ‘BABY’를 발매하며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글로벌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게 풋풋한 이미지를 대표하던 저스틴 비버는 이후 정규 앨범 [Purpose]를 발매하며 성숙한 이미지로 변신에 성공했다. 사람들은 자신을 둥글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생각하지만 스스로는 날카롭고 치명적인 이미지를 원한다고 말한 정국에게는 좋은 롤모델이었다.
정국은 ‘Seven’을 발매하며 이제껏 BTS의 황금 막내로서 가져온 미소년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솔로 아티스트로서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자 했다. 날카로운 매력을 가진 배우 한소희가 출연하는 드라마 타이즈 형식의 뮤직비디오를 기획한 것과 매운맛이 아주 짙은 가사를 선택한 것 모두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도는 ‘3D’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노골적인 가사와 절도 있는 퍼포먼스는 메인 스트림에서 ‘옴므 파탈’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정국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새로워, 짜릿해>
그렇게 정국은 ‘Seven’과 ‘3D’를 통해 강렬한 첫인상을 만들었다. 이제 글로벌 팝스타로서의 역량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음악적으로도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야 하는 중요한 모멘텀이었다. 앞으로 그가 BTS의 영향력을 넘어설 수 있을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국이 선택한 방법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올라운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EP 혹은 미니로 발매될 계획이었던 [GOLDEN]은,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하면서 11곡을 수록한 정규 앨범이 되었다. ‘Shape of You’로 유명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이 참여한 ‘Yes or No’에서 특유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담았고, ‘There’s Noting Holdin’ Me Back’으로 알려진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숀 멘데스가 참여한 ‘Hate You’에서 특유의 팝 발라드 감성을 표현했다. 그리고 [GOLDEN]의 모든 트랙들은 정국이 자신의 색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들로 직접 선별했다. 다시 말해, “정국이 에드 시런 스타일의 음악도 소화하네” 혹은 “정국이 숀 멘데스 감성과도 잘 어울리네”와 같이 다채롭고 새로운 매력을 느끼면서 정국이라는 아티스트의 음악성에 더욱 집중하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진정한 글로벌 팝스타>
다시 슬램덩크 이야기로 돌아가서, 주인공 강백호는 농구 초보임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달 만에 전국 대회에 출전할 만큼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다. 비결은 오랜 경험에서 오는 감각이 필요한 슈팅이 아니라 천부적인 신체 능력을 살릴 수 있는 리바운드(골대에 맞고 튄 공을 다시 잡는 기술)에만 집중하는 것이었다. 뚜렷한 목적의식과 전략적인 접근으로 그는 자칭 천재를 넘어 모두에게 인정받는 진정한 천재가 될 수 있었다.
정국은 항상 글로벌 팝스타라는 명확한 목표를 추구해 왔다. 때문에 그는 BTS라는 백그라운드가 주는 장단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덕분에 저스틴 비버를 활용해 솔로 아티스트의 강렬한 이미지를 먼저 각인한 후에 다양한 프로듀서와 협업해 자신의 음악적 역량에 집중하게 만드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었고, 마침내 ‘진정한 글로벌 팝스타’가 될 수 있었다. 이처럼 정국의 영광의 시대는 황금빛으로 아름답게 물들고 있다.
글 | 이관우 에디터 | 민유빈 박유빈
발행 | 스브스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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