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네 가지 감정,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을 줄여 우리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 부른다. 희로애락의 순서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사자성어에서는 순서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해, 어쩌면 희>로>애>락의 순서로 중요도를 나눌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희로애락의 사전적 뜻은 공평하게도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일 뿐 시간이나 순서와는 관련이 없다. 네 가지의 감정 중 무엇이 먼저인지, 무엇에 가장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는 없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 춘하추동(春夏秋冬) 마냥 감정이 흘러가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그러나 Stray Kids (이하 스트레이 키즈)는 이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들의 희로애락에는 그 중요의 정도가 다른 한 가지가 있다. 바로 ‘樂’이다.
[樂-star]에 담아낸 희로애락
이들의 ‘樂’을 향한 메시지는 프로모션 중 가장 먼저 공개된 “樂-star Prologue”에서부터 담겨 있다. 공연을 앞두고 감정의 동요를 겪는 한 아이를 보여주며 나레이션과 함께 영상이 전개되는데, 기쁨, 화, 불안, 그리고 두려움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스트레이 키즈는 “결국 무대 위에서 보여줄 것은 이 모든 감정들을 뛰어넘어 그 순간을 즐기는 것” 이것이 우리의 ‘락’이라 외친다.
스트레이 키즈가 함께 바라보는 곳은 위, 공연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시계’이다. 꿈과 상상에서 깨어나 무대에 오르는 8명의 아이들을 통해 결국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무대에 오르고 달려오며 같은 감정을 겪었을 스트레이 키즈의 자전적인 이야기임을 알 수 있게 된다.
Just feel the 락(Rock/樂)
프롤로그의 이야기는 뮤직비디오와 이어지는데, 보다 직접적으로 앨범의 메시지를 드러낸다. 처음으로 무대에 선 아이들이 느꼈던 불안과 두려움은 가시적 대상인 ‘거인’으로 표현돼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희로애락(喜怒哀樂)의 한자를 활용하여 서로 다른 세트가 각각 어떤 감정의 공간인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희로애(喜怒哀)의 공간들은 각기 다른 스타일링과 화면 연출로 차별성을 부여한다. 희(喜)의 공간은 영화 <다크나이트>를 모티브로 한 노란 스쿨버스와 조커의 마스크로 표현되고, 어두운 화면과 부서진 배 · 괴물 같은 인물들로 표현한 노(怒)의 공간에서 스트레이 키즈는 해적같은 의상으로 분노에 찬 듯 강렬하게 등장한다. 흰 배경을 통해 정적이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감정을 표현한 애(哀)의 공간에서는 발레코어 스타일링으로 그 분위기를 더욱 부각한다. 그렇다면 락(樂)의 공간은 어떠한가?
락(樂)의 공간에는 커다란 트럭이 등장한다. 트럭 위에는 락(Rock) 음악이 떠오르는 기타를 연주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천장의 공간에도 기타를 활용하여 락이라는 메타포를 강하게 담아낸다. 그러나 락의 공간을 잘 들여다보면 희 · 노 · 애의 공간이 함께 보인다. 각 공간에서 입었던 의상의 메가 크루도 함께 등장한다. 결국 락(樂)의 공간은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스트레이 키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락이 무엇인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희로애락도 락이다.” 락을 향한 Stray Kids의 여정
희로애(喜怒哀)가 있어야 락(樂)도 있다. 콘셉트 포토 속 현진의 말을 빌리자면, 하이라이트 부분을 계속 하얗게 칠한다고 그림이 밝아지지 않는다. 주변을 어둡게 칠해야만이 밝은 것이 더욱 잘 보인다. 기쁨과 분노, 불안이 있었기에 즐길 수 있고, 이 즐거움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스트레이 키즈는 지금까지 희로애(喜怒哀)의 여정을 거쳐왔다. 트리플 밀리언 셀러, 4세대 아이돌 최초 고척돔 · 일본 4대 돔 투어 입성 등 인기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모습은 이들의 기쁨, ‘희(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결성된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직접 찾으려 노력했다. ‘Stray Kids everywhere all around the world’라는 슬로건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걸어온 모든 길들이 지금의 스트레이 키즈를 만들었다. 이러한 길에서 시그니쳐로 완성해낸 워드 플레이를 가득 담은 음악과 이것들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안무들은 때론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노(怒)와 애(哀)의 과정이다. 그렇지만 스트레이 키즈는 이에 맞서듯 ‘CHEESE’에서 “날 보고 웃었다면 더 빵빵 터지게 해줄게” 라는 가사를 통해 오히려 더욱 크게 웃겨주겠다고 마음 먹고, 이번 [樂-star]를 통해 우리는 이제 즐기는 것 밖에 남지 않았고, 우리의 락(樂)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한다.
방황하는 아이들이라는 팀명처럼 이들은 프로듀싱부터 기획까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내고 즐겨 왔다. 다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개성이 되었고, 어느새 시장의 주류가 되었다. 직접 겪었기에, 이들이 전하는 락(樂)은 더욱 흡입력을 가진다. 이러한 텍스트의 진실성이 곧 스트레이 키즈가 지금까지 구축해온 정체성이다. 낯설고 마이너한, 우리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우리는 그들의 과정을 함께 보고 지켜왔기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보여주는 여정에서 우리의 희로애락과 우리만의 락(樂)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글 | 정한별 에디터 | 민유빈 박유빈
발행 | 스브스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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