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에는 그 시대의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존재한다. 바람에 날리는 드레스를 잡고 있는 마릴린 먼로, 청바지를 입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스티브 잡스, 그리고 바가지 머리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비틀즈의 모습이 머리를 스친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대중들에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메시지와 크리에이티브가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아이콘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자)아이들의 [2]는 인상적이었다. 어느덧 7년차를 맞이하는 걸그룹으로서 이제는 아이돌이라는 범주를 넘어서 케이팝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고자 하는 출사표를 던진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메시지가 크리에이티브를 만났을 때
 지금까지 (여자)아이들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앨범에 꾸준하게 담아왔다. [I Never Die]에서는 'TOMBOY'를 자칭하면서 사랑 따위에는 눈물 한 방울도 어림없다는 강인함을, [I Love]에서는 의미심장한 단어를 활용하면서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을 바에는 나의 모습으로 미움받겠다는 당당함을 나타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존감 높은 여성에 대한 메시지는 전작인 [I feel]에서도 이어지면서 (여자)아이들은 '자존감 3부작'과 함께 자신들만의 뚜렷한 색채를 완성했다.
물론 자존감이 (여자)아이들만의 것은 아니다. 걸크러쉬 컨셉을 지향하는 걸그룹에게 자존감이란 필연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메시지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셀프 프로듀싱에 있었다. (여자)아이들은 리더이자 총괄 프로듀서인 전소연의 지휘하에 멤버들이 모든 트랙에서 작사/작곡으로 참여해왔다. 다시 말해 잘 짜여진 각본이 아니라 오리지널한 이야기를 노래해왔다. 셀프 프로듀싱에서 탄생한 크리에이티브는 이들의 메시지에 설득력을 입혀주었고, 덕분에 (여자)아이들은 케이팝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비욘세를 닮은 (여자)아이들
 그런데 (여자)아이들의 디스코그래피를 돌아보면 어렴풋이 미국의 팝스타 비욘세가 떠오른다. 비욘세는 미국을 대표하는 걸그룹 데스티니 차일드의 리더로서 입지를 다진 후에 솔로 활동을 통해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시련을 딛고 성장하는 여성 아티스트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드림걸즈'에서 주연을 맡았던 그녀는 곧이어 [B'Day]를 발매하며 여성으로서 마주하게 되는 감정을 앨범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후 [4]에서부터는 그간 매니저로서 활동 전반에 관여해온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발휘하면서 자신의 목소리에 진정성을 더해오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메시지와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를 지향한다는 부분에서 (여자)아이들과 비욘세는 분명 닮은 구석이 있다.
 그래서인지 (여자)아이들의 [2]에서는 유독 비욘세의 향기가 짙게 묻어났다. 먼저 비욘세의 네 번째 정규 앨범명이 [4]인 것처럼, (여자)아이들은 자신들의 두 번재 정규 앨범을 발매하면서 [2]라는 제목을 선택했다. 또한 타이틀곡 'Super Lady'의 뮤직 비디오에서도 비욘세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1절 초반부에서 전소연이 타이트한 실버 수트를 입고 등 위에 올라탄 장면은 비욘세의 [RENAISSANCE] 앨범 아트를, 2절 중반부에서 우기가 제복 모자를 착용하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장면은 비욘세의 'Love On Top' 뮤직 비디오 착장과 연출을 떠올리게 했다.
아이돌, 그 너머를 향해서
 결론적으로 (여자)아이들은 자존감 3부작을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셀프 프로듀싱을 통해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발전시키면서 새로운 케이팝 아이콘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했다. 그리고 7년차와 정규 앨범이라는 커리어의 중요한 기로에서 거대한 스케일과 함께 비욘세의 팝스타 이미지를 활용하여 아이콘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여자)아이들은 [2]를 통해 케이팝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슈퍼 레이디'들이 펼칠 활약을 함께 기대해보자.


글 | 이관우   에디터 | 민유빈 박유빈 장민영
발행 | 스브스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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