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not your fault"

영화 <굿 윌 헌팅>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숀(로빈 윌리엄스)은 윌(맷 데이먼)이 얻은 상처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반복해서 너의 잘못이 아니라며 위로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굿 윌 헌팅>은 학대에 대한 아픈 상처와 기억을 가진 채 성장한 윌이 숀을 통해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그린 성장 영화이다. 이와 비슷하게 대중음악에도 내면의 아픔과 상처를 이야기하고 그것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장르, “emo”가 있다.
이미지 출처 : BIGHIT MUSIC
<emo, 슬픔과 아픔의 장르>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는 아니지만, emo라는 단어를 다들 한 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감정적인’이라는 형용사 emotional의 약어인 emo는 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감정인 우울, 슬픔, 분노 등을 표출하거나 자신의 나약함, 열등함 등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음악의 한 장르이다. 2000년대 초반 팝 펑크를 위시로 시작된 락의 마지막 전성기 시절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고 이후 힙합에까지 발을 넓히며, emo는 대중음악을 구성하는 하나의 장르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펑크에서 시작된 장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 거친 락 사운드의 모습으로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힙합에서는 조금 더 서정적인 사운드로 표현되기도 한다. 나아가 음악적으로 emo가 공유하는 가장 큰 특징은 대체로 우울하거나 슬픈 가사 혹은 그러한 분위기이다. 대표적인 아티스트로는 My Chemical Romance, Fall Out Boy 등의 밴드와 Lil Peep, XXXTENTACION 등의 힙합 아티스트가 있다. ​​​​​​​

emo 장르로 유명했던 아티스트인 'My Chemical Romance'의 대표곡 'Welcome To The Black Parade'

그러나 emo가 단순히 개인의 감정이나 상황을 표출하는 것에 그쳤다면, 아마도 지금과 같은 위상을 획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emo가 자신의 확실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음악적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 대중에게 보이는 시각적 요소에까지 그 색채가 드러내었기 때문이다. “검은색”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될 만한 emo의 주요한 외적 요소에는 샤기컷이나 비대칭 등 정돈되지 않은 듯한 흑발의 헤어스타일, 검은색 혹은 스트라이프 패턴의 의상, 스키니진과 디스트로이드 진을 비롯한 컨셉추얼한 하의, 치유가 필요함을 암시하는 상처나 흉터 등이 있다. 흔히 emo를 소화하는 아티스트나 팬들에 의해 향유되었던 이 요소들은 이제 emo의 비주얼을 대표하는 시각적 이미지가 되었다.

당시 emo의 패션에서 K-POP 'TXT'의 스타일링이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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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사춘기는?>
이러한 emo를 K-POP을 통해 가장 잘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바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emo의 만남은 정규 2집 [혼돈의 장: FREEZE]부터 시작되었다. 타이틀곡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은 “이 끝이 없던 어둠 속”, “무저갱의 바닥”, “난 문제 투성이”, “아마 난 안될 거야” 등의 가사를 통해 현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가능성을 폄하하는 소년들의 상처를 표현한다. 나아가 힘든 현 상황을 능동적으로 이겨내지 못하고 누군가 자신을 구원해 주기를 바라는 수동적인 모습이 드러나는 가사는 곡이 가진 emo스러움을 극대화한다. ​​​​​​​
뮤직비디오 역시 불우한 가정환경, 멤버들의 과감한 일탈과 비행 등 암울한 현실을 암시하는 스토리 라인을 이어간다. 그리고 멤버들이 착용한 다크한 계열의 찢어지거나 해진 의상 등은 모두 emo가 가진 장르적 특징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미지 출처 : BIGHIT MUSIC​​​​​​​
이러한 emo의 기조는 최근 발매된 정규 3집 [이름의 장: FREEFALL]의 메탈 기반의 하드 락 장르인 1번 트랙 ‘Growing Pain’이 강하게 이어받았다. “끝없는 낙하”, “온몸이 아파”, “곤두박질쳐”와 같은 비관적인 현실을 표현하는 가사는 물론이고 강렬한 드럼과 디스토션을 잔뜩 머금은 거친 기타가 앨범의 전반에 emo스러움을 한껏 추가하고 있다. 타이틀곡 ‘Chasing That Feeling’에서도 마찬가지로 “고통의 살갗에”, “망가진 나”, “천국을 등진 난”, “길을 잃었던 나의 시간”과 같은 부정적인 표현이 등장한다. ​​​​​​​
그러나, 앞서 현실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던 ‘0X1=LOVESONG’에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Chasing That Feeling’에서는 마찬가지로 어렵고 힘든 현실이지만 자신의 운명에 맞서 나가겠다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나아가 음악적으로는 1980년대를 연상시키는 레트로한 신디사이저가 인상적인 신스 웨이브 장르를 차용하여 곡의 스토리에 맞는 비장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구멍 난 블랙 계열의 의상과 찢어진 스키니진 등의 비주얼 요소들로 emo를 완성하는 모습이었다. ​​​​​​​
<emo, 치유와 회복의 장르>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emo로 빚어낸 부정적인 감정들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대중에게 전달한다. 덕분에 오늘날 쉽지만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청춘들이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고 나아가 언어와 문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통해 아티스트와 팬이 상호 교감할 수 있는 라포를 형성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자신들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을 넘어 자연스럽게 글로벌 뮤지션으로 성장하기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결국 팬들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게 같은 아픔을 매개로 동질감을 느끼는 것을 넘어 그들이 아픔에서 벗어나 치유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emo는 상처와 아픔을 인정하고 드러내며 그것에 대해 토로하는 장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아픔들이 치유되기를 갈망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들의 아픔과 상처에 관해 이야기해왔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이제 사춘기를 벗어나는 성장의 과정에 서 있다. 차근차근 아픔을 극복해 왔던 그들이 이젠 “네 잘못이 아니라”며 <굿 윌 헌팅>의 숀처럼 따뜻한 위로를 건넬지도 모를 일이다.
  | 서동범   에디터 | 민유빈 박유빈
발행 | 스브스케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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